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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

태풍은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사라지는가

by 그루님 202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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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바다에 떨어뜨린 회오리의 이름 – 태풍의 일생

 바다 위에서 태풍이 잉태되다

태풍은 바다에서 태어납니다.
그것도 흔들리는 파도의 작은 속삭임이 아니라,
해수면 온도가 섭씨 26.5도를 넘는 따뜻한 바다에서
수증기가 끊임없이 증발하고 하늘로 솟구치는 대기의 떨림 속에서.

이 수증기들은 응축되며 구름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방출된 열은 다시 상승기류를 밀어올립니다.
이처럼 따뜻한 바다는 하늘에 끓어오른 열정의 에너지가 되어
거대한 회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회전이 정해진 경계를 넘어서면,
기상청은 마침내 그것에 이름을 붙입니다.
그 이름은 바로, ‘태풍’(Typhoon).


 태풍은 어떻게 강해지는가

태풍의 중심은 고요합니다.
마치 폭풍의 눈이 세상을 바라보듯.
그러나 그 주변은 지옥처럼 소용돌이칩니다.
수백 km의 반경에 걸쳐, 시간당 200km의 바람과 폭우가 몰아칩니다.

이 폭풍의 괴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바다가 제공한 열입니다.
바다가 뜨거울수록,
태풍은 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더 크게 외칩니다.
수증기를 연료 삼아 저기압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이 힘은
바람이 아닌,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무게입니다.


 대기의 무도 속에서 태풍은 춤춘다

태풍은 한 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마치 하늘과 바다 사이를 떠도는 고독한 무용수처럼,
상층의 제트기류와 지표의 기압배치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궤적을 그리며 이동합니다.

때로는 동남쪽으로, 때로는 서쪽 해안으로,
또 때로는 한반도를 향해 굽이굽이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 발걸음 하나하나가
수천만 명의 일상을 바꾸고,
수십억 원의 피해를 남기기도 하며,
누군가의 삶에 눈물의 비를 안기기도 하지요.


 그리고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진다

그러나 아무리 거대하고 무서운 태풍이라 해도,
언젠가는 에너지원인 따뜻한 바다를 잃게 됩니다.
육지를 밟거나,
차가운 해류 위를 지날 때,
그 숨결은 느려지고 회전은 무뎌집니다.

이윽고 중심기압은 서서히 높아지고,
폭풍의 팔은 풀어지며,
마지막 비를 흘리듯이 몇 방울의 소나기를 흘리고는
조용히 하늘에서 소멸됩니다.

누군가는 안도하며 말합니다.
"다행이다, 태풍이 지나갔구나."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그 지나간 태풍은 기후의 경고였고,
바다가 우리에게 보낸 거대한 메일
이었다는 것을.

출처: 나의 열대저기압

 

 2025년, 제1호 태풍 ‘위딥’과 제주 장마의 만남

2025년 6월, 태풍 '위딥'은
동남쪽 열대 해역에서 그 조용한 숨을 몰아쉬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주 해역으로 천천히 접근하며
정체전선과 겹쳐, 장마철 첫 폭우를 몰고 왔습니다.

이 만남은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닙니다.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태풍과 장마의 교차점,
그곳에서 우리는 올여름의 이례적인 더위와 폭우,
그리고 예측을 넘어서는 날씨의 경고음을 듣고 있는 것입니다.


 올여름, 단순히 ‘더운 계절’이 아닐지도 모른다

기상청과 세계기상기구(WMO)는
2025년 한반도의 여름이
평년보다 더 덥고, 더 길고, 더 변덕스러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엘니뇨의 흔적이 사라지고,
라니냐가 다시 고개를 들면,
해수면 온도는 상승하고,
태풍은 잦아지며 더 강하게 발달할 수 있습니다.


 결론 — 태풍을 두려워하되, 배워야 할 때

태풍은 파괴자이자, 교사입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기후의 균형이 얼마나 정교하고,
또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를 일깨워주는 존재
입니다.

“태풍이 바다에서 속삭이기 시작할 때,
우리는 그 소리를 듣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것이 기상과학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이 시대 우리가 날씨를 넘어서 기후와 공존하는 방식을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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