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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

시작부터 끓는 7월…장마 '조기 종료'? 장담하긴 이르다

by 그루님 2025.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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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는 어디에? 폭염 속 뒤엉킨 계절의 풍경

“우산을 폈다가, 다시 접는다. 지금 우리는 장마철에 있는 걸까?”

 장마인가, 폭염인가 — 이질적인 계절감

서울 한복판, 도심 속 야외 수영장은 연일 북적이고 있다.
한낮 기온은 33도를 넘어섰고, 아이들의 물장구 소리 사이로
땀을 닦는 어른들의 한숨이 겹친다.
무더위 속에서 시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습기가 동남아 같다, 차라리 비가 쏟아졌으면 좋겠어요.”

7월 초. 이름만 장마철이다.
서울은 장마 시작일로부터 10일 넘는 기간 중
10mm 이상 비가 내린 날은 단 하루,
0.1mm 미만의 날조차 5일이나 된다.
정작 ‘비’라는 장마의 상징이 사라진 계절.
대신 찾아온 건 습도 90%, 체감온도 38도
습식 사우나형 더위다.


 북태평양고기압, 장마를 밀어올리다

이 기묘한 기후의 핵심은 바로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이다.
장마 전선은 원래 이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위치하며
덥고 습한 공기와 북쪽 찬 공기의 충돌 지점에 형성된다.
하지만 현재는 이 고기압이 한반도 전역을 강하게 뒤덮으며
장마 전선을 북한 이북으로 밀어올려 버렸다.

그 결과, 장마는 '존재하되, 접근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우리는 장마철 안에 있지만,
장마의 상징인 장맛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고온다습한 공기만이 고기압 아래 정체되며
연일 찜통 폭염과 열대야를 유발한다.


 비가 안 오는 장마? 기상학적 오해와 예측의 한계

기상청 역시 이 모순된 상황을 설명하며 신중한 입장을 내놓는다.
“장마가 종료된 것도, 계속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실시간 위치와 강도에 따라
장마전선은 언제든 남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상 현상은 고정된 ‘기간 개념’보다,
실황과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 기상청은 ‘장마 종료일’을 특정하지 않고
대신 실황 중심의 정체전선 분석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의 날씨, 그리고 기후의 구조적 전환

이번 주도 마찬가지다.
일부 비는 북한과 접경지, 동해안 일부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내릴 전망이다.
하지만 장마전선이 다시 남하하면,
서울과 수도권에도 국지성 폭우가 예고 없이 쏟아질 수 있다.
이 불확실성은 우리가 이제 ‘계절의 논리’보다
기후 변화의 패턴을 읽어야 함을 보여준다.

한낮 기온은 다음 주까지도 30~36도를 오르내릴 전망이다.
폭염특보는 당분간 해제되기 어려우며,
열대야, 습도, 체감온도까지 겹치며
시민들의 건강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결론 – '계절'이 아니라 '현상'을 읽는 감각

“이제 장마는 달력이 아니라, 하늘의 리듬에서 찾아야 한다.”

2025년의 장마는 단지 늦거나 약한 것이 아니다.
기후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
예측 가능한 ‘장마 기간’이라는 개념은 점점 흐려지고,
기상 실황 중심의 대응력과 감각이 요구되는 시대다.

장마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예보’를 넘어 기후 지능을 갖춰야 한다.
습도를 견디는 기술, 건강을 지키는 습관,
그리고 날씨를 해석하는 새로운 언어.
이것이 여름을 살아가는 우리의 생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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