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이름, 누가 지을까?
과학과 문화가 엮인 ‘태풍 명명 시스템’의 숨은 이야기
“제5호 태풍 ‘나리’ 북상 중…”
뉴스 속 이름 하나가 뇌리에 강하게 꽂힌다.
어떤 이름은 귀엽고, 어떤 이름은 묵직하다.
‘콩레이’, ‘마이삭’, ‘하이선’, ‘노루’까지—
태풍의 이름은 왜 이렇게 개성 있고 독특할까?
사실 이 이름들은 단순한 별명이 아니다.
국제적인 합의와 절차에 따라,
과학적 목적과 문화적 정체성을 함께 반영하여 부여된 공식 명칭이다.
태풍의 이름은 과학이며, 동시에 이야기다.
태풍 이름은 누가 정할까?
태풍 이름은 세계기상기구(WMO) 산하의 태풍위원회에서 관리한다.
이 위원회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4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국은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반영한 10개의 이름을 제출한다.
→ 총 140개의 이름을 순차적으로 반복해 사용한다.
태풍위원회 참여국:
대한민국, 일본, 중국, 필리핀, 태국, 미국, 베트남, 북한, 홍콩, 라오스,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마카오, 미크로네시아
이름의 조건과 원칙은?
태풍 이름은 다음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 짧고 발음하기 쉬울 것
- 특정 기업명, 정치인 이름 등 상업적·정치적 요소 배제
- 중립적이거나 해당 국가의 문화·자연과 연관된 것
- ‘재사용 가능성’을 고려해 너무 강한 부정적 이미지 지양
예를 들어, 한국이 제출한 태풍 이름 중에는
‘노루’, ‘제비’, ‘나리’, ‘미리내’처럼
자연과 관련된 순우리말이나 동물이 많다.
반복 사용 vs 퇴출: ‘은퇴 태풍’도 있다?
일반적으로 태풍 이름은 순환 반복되지만,
인명 피해가 극심하거나 역사적 재난을 유발한 태풍은
퇴출(discontinued) 대상이 된다.
예시:
- ‘하이옌’(Haiyan) – 2013년 필리핀 6,300여 명 사망 → 은퇴
- ‘마이삭’ – 2020년 한국 태풍 사상 최대 피해 중 하나 → 은퇴
- ‘매미’, ‘루사’ – 한반도에 큰 피해 → 은퇴 후 새로운 이름 교체
이처럼 퇴출된 이름은 해당국이 새로운 이름을 다시 제출하며,
명명 시스템은 계속해서 기억과 교체의 과정을 반복한다.
이름은 왜 필요할까?
태풍에 이름을 붙이는 건 단지 식별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과학적·사회적 이유가 명확하다:
- 의사소통의 효율성
→ ‘2025년 제7호 태풍’보다 ‘태풍 도라지’가 더 기억하기 쉬움 - 예보·경보 전달 신속화
→ 문자, 방송, SNS 등에서 간결한 표현 가능 - 심리적 대비 유도
→ 이름이 부여된 태풍에 대한 주의·경각심 상승 - 재난 이력의 축적
→ 이름으로 과거 사례 정리 및 재난 교육 활용 가능
태풍 이름, 과학 너머의 문화
각국이 제출한 이름에는 해당 지역의 민속, 지형, 전설이 담겨 있다.
- ‘하기비스’(일본): 날쌘, 빠름
- ‘기러기’(북한): 철새
- ‘고니’(한국): 백조
- ‘파마’(미국): 전사
- ‘사오라’(홍콩): 전설 속 미녀
이처럼 이름 하나에도 기상학적 중립성과 문화적 상징성이 공존한다.
태풍 이름은 과학이면서 동시에 이야기이며,
이름을 통해 우리는 각 나라의 풍경과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맺음말
태풍 이름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선다.
기상학적 정합성과 국제적 공조,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다음에 뉴스에서 태풍 이름을 접할 때,
그것은 단지 바람과 비를 뜻하는 코드가 아니라
한 국가의 언어, 감정, 기억, 그리고 과학이 교차한 이름임을 기억하자.
태풍은 지나가지만,
그 이름은 역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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