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상수의 대논쟁: 천문학계가 우주의 나이를 두고 싸우는 이유
“우주는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이 단순한 질문 하나가, 천문학계를 둘로 나누었다. 그 중심에는 바로 ‘허블 상수(Hubble Constant)’가 있다.

1. 허블 상수란 무엇인가 — 우주의 팽창 속도
1929년,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은 먼 은하일수록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 관계를 **“허블 법칙(Hubble’s Law)”**으로 정리했으며, 그 비례 상수를 허블 상수(H₀)라고 부릅니다.
허블 상수는 간단히 말해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단위는 일반적으로 km/s/Mpc (즉, 1메가파섹 거리마다 초당 몇 km씩 멀어지는가)로 표현됩니다.
이 값이 중요한 이유는, **허블 상수가 우주의 나이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팽창 속도를 알면, 거꾸로 계산해 우주가 ‘언제 시작되었는가’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2. 우주의 나이를 가르는 두 가지 시계 — CMB vs. 초신성
현대 천문학에서는 허블 상수를 측정하는 두 가지 주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 **결과가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허블 텐션(Hubble Tension)”이라 불리는 현상입니다.
① 우주배경복사(CMB) 기반 측정 — 과거의 우주를 본다
첫 번째 방법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CMB, Cosmic Microwave Background)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는 빅뱅 이후 약 38만 년 후, 우주가 식으면서 처음으로 빛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 순간의 흔적입니다.
플랑크 위성(Planck Satellite)이 관측한 CMB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주의 팽창률을 계산하면, 허블 상수는 약 **67.4 km/s/Mpc**로 나타납니다. 이 값을 기준으로 하면,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으로 추정됩니다.
② 초신성·세페이드 변광성 기반 측정 — 현재의 우주를 본다
반면, 두 번째 방법은 **가까운 우주**를 관측하는 것입니다.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 Variable)**과 **Ia형 초신성(Type Ia Supernova)**의 밝기를 이용해 은하까지의 거리를 계산하고 팽창 속도를 직접 측정합니다.
이러한 ‘관측적 거리 사다리(distance ladder)’ 방법을 통해 허블 우주망원경(HST) 팀은 허블 상수를 약 **73 km/s/Mpc**로 계산했습니다. 이는 CMB 측정치보다 약 **10% 빠른 값**입니다.
문제는 이 오차가 단순한 실험적 편차를 넘어, **통계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즉, 하나는 우주가 더 젊다고 말하고, 다른 하나는 더 늙었다고 주장하는 셈입니다.

3. 왜 이렇게 다를까? — 우주의 물리 법칙이 변하고 있을까
허블 텐션은 단순한 계산 오류가 아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새로운 물리학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초기 우주에서 빛의 속도나 중력 상수가 지금과 달랐다거나, 암흑 에너지의 세기가 시간이 지나며 변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가설은 **암흑 물질의 상호작용**이 우주의 팽창 역사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입니다.
이런 새로운 이론들은 현재의 표준 우주론 모델(ΛCDM 모델)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현대 우주론의 근간을 뒤흔드는 논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4. 허블 상수 논쟁의 과학적 의미
허블 상수의 불일치는 단순히 숫자의 차이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가 **우주의 본질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를 시험하는 질문입니다.
만약 두 측정이 결국 일치한다면, 우리의 우주론 모델은 더 강력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일치가 지속된다면, 이는 새로운 물리 법칙의 존재 — 예를 들어, **제5의 힘(Fifth Force)**이나 **초기 암흑 에너지(Early Dark Energy)** 이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NASA, ESA, 그리고 전 세계 천문학자들은 차세대 망원경(예: **제임스 웹, 유클리드, 로만**)을 통해 이 논쟁의 실마리를 찾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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