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덮친 폭염과 열대야, 그 과학적 원인과 대응
최근 들어 우리나라 전역이 뜨거운 열기로 휘감기고 있다. 광주와 대구, 부산과 울산 등 남부 지역에는 폭염 경보가, 서울과 경기, 대전과 강릉에는 폭염 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전국 육상 기상특보 구역 중 무려 92%에서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경남 밀양의 기온은 37도에 근접했고, 경북 경주와 구미, 전남 고흥과 경남 창원 역시 35도를 훌쩍 넘겼다. 낮 동안의 더위는 밤까지 이어져 열대야를 만들어내며 국민의 건강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극심한 더위는 단순히 ‘기온이 높다’는 표현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그 배경에는 대기 역학과 기단 구조가 깊게 연관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상공은 ‘열돔(Heat Dome)’ 현상으로 뒤덮여 있다. 이는 더운 성질의 두 고기압이 이불처럼 덮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지표면에서 가열된 공기는 상승하지 못하고 갇혀버리며, 대기는 점점 더 뜨겁고 정체된 상태로 유지된다. 여기에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이 서쪽에서 유입되면서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높게 치솟는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찜통더위’라는 표현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폭염과 열대야가 단기간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당분간 열돔 현상과 고온다습한 공기의 유입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후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과 한반도 기후대의 아열대화는 폭염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온열질환자는 이미 3,570명을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0명 이상 증가했다. 폭염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기상재해임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수분 보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갈증을 느끼기 전에 규칙적으로 물을 마셔 체내 수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 한낮 외출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오후 2시~5시는 지표면 온도가 가장 높아지는 시간대로, 가급적 실내에서 활동하는 것이 좋다. 셋째, 열대야가 이어지는 밤에는 수면 환경을 조절해야 한다. 환기와 함께 선풍기·에어컨을 적절히 사용하고, 체온을 낮출 수 있는 시원한 침구를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제 폭염은 계절적 불편이 아닌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해야 한다. 기후과학자들은 앞으로 폭염이 점점 더 잦아지고 길어질 것이라 경고한다. 이는 단순한 기상 뉴스가 아니라, 우리의 건강과 생존, 나아가 도시 시스템 전반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그렇기에 기상특보를 단순한 정보 전달로 여길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반영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일상의 안전’이다. 기후학이 경고하는 과학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개인과 사회 모두가 체계적인 폭염 대응 전략을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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