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 속 거대한 파도 행성, 실제 존재할까?”
조석력의 공포를 과학으로 풀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습니다. 밀러 행성. 바다뿐인 표면 위로 산처럼 솟아오르는 거대한 파도. 마치 우주가 집요하게 주인공들을 시험하듯, 그 파도는 끝없이 밀려옵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실제 천문학에서 다루는 “조석력(Tidal Force)”을 기반으로 만든 설정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행성이 정말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수 있을까요?

1. 파도는 왜 생길까? ― 달과 지구의 조석력
지구에서 바닷물이 하루에 두 번 밀려오고 빠지는 이유는 달과 태양의 중력이 바닷물을 잡아당기기 때문입니다.
달이 가까울수록 중력 차이(조석력)는 증가하고, 이 힘은 바다를 한 방향으로 끌어 올립니다.
비유하자면:
- 바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이 바다 전체를 들어 올리는 것
- 컵 속 물결이 아니라, 수백 km 크기의 물 벽이 움직이는 현상
즉, 파도는 물의 흔들림이 아니라 행성과 우주체의 중력적 대화입니다.

2. 밀러 행성의 비밀 ― 블랙홀 ‘가르간투아’
인터스텔라 속 밀러 행성은 거대한 블랙홀 가르간투아 근처를 공전합니다. 블랙홀의 중력은 태양보다 수백~수천 배 강력하기 때문에, 행성의 한쪽과 반대쪽에 작용하는 중력이 크게 차이 납니다.
이 중력 차이 = 조석력이 바다를 끌어올려 영화 속처럼 산 규모의 파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즉, 밀러 행성의 파도는 바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블랙홀의 중력이 바다 전체를 들썩인 결과입니다.


3. 정말 존재할까? ― 이론적으로는 ‘가능’
천문학적으로 보면,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 근처에는 조석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최근 발견되는 외계 해양 행성(Ocean Planet)들은 전부 물로 덮여 있어 파도 행성의 후보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런 행성에 실제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 극심한 중력 변화
- 시간 지연(중력에 의한 상대성 효과)
- 방사선, 강력한 조석열
즉, 존재는 가능하지만 살기에는 너무 잔혹한 세계입니다.

4. 비유로 이해하는 ‘조석력 행성’
조석력 행성은 마치:
- 멈춰 있지 못하고 계속 흔들리는 거대한 물침대
- 하늘에 매달린 줄이 당겨질 때 거대한 호수가 뒤집히는 세계
- 행성 자체가 블랙홀의 ‘중력 바이올린’ 안에서 떨리는 단 한 개의 현
이 행성에서 바다는 물이 아니라 억압된 중력의 결과물입니다.


5. 결론 ― 인터스텔라의 과학은 허구가 아니라 ‘가능성’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파도 행성은 과장이 아니라 실제 물리학적 원리(조석력·중력·상대성)를 기반으로 한 설정입니다.
우주는 지금도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극단적이며, 더 아름답고, 가끔은 더 위험합니다.
어쩌면 언젠가, 인류가 그 파도 행성을 직접 바라보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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