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의 역할
빛과 뇌 호르몬이 엮는 낮과 밤의 설계도
아침 커튼을 젖히는 순간, 빛이 눈으로 들어옵니다. 그 빛은 망막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멜라놉신을 가진 특수 시세포(ipRGC)가 파란빛(약 480nm)에 반응해 신호를 시교차상핵(SCN)—우리 몸의 주시계—으로 보냅니다. 시계는 송간핵→척수→상경신경절→송과샘으로 이어지는 신경 회로에 “지금은 낮”이라고 알립니다. 이 한 줄의 신호가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라는 두 호르몬의 교대를 지휘하죠.
낮의 화음: 세로토닌
세로토닌은 기분 안정·주의집중·충동 억제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빛에 의해 SCN이 각성 네트워크를 밀어 올리면, 래피핵과 전전두피질의 세로토닌 톤이 올라가 명료함·동기·사회적 유대감이 좋아집니다. 생합성 측면에선 트립토판 → 5-HTP → 세로토닌의 경로를 타며, 장-뇌 축(장내 미생물·단백질 섭취)도 기질 공급에 영향을 줍니다. 낮의 충분한 빛 노출은 저녁의 수면 품질까지 끌어올리는 전구(前球) 효과를 냅니다.
밤의 쉼표: 멜라토닌
해가 기울고 조도가 낮아지면 SCN은 송과샘의 AANAT/ASMT 효소 활성을 올려 세로토닌을 멜라토닌으로 전환시킵니다. 멜라토닌은 체온을 약간 낮추고(심부 체온 하강), 심박을 가라앉혀 수면 개시 신호를 보냅니다. 반대로 밤의 강한 청색광은 이 분비를 억제해 잠드는 시간을 지연시킵니다. 핵심은 단순 졸음제가 아니라 일주기 위상(phase)을 정렬하는 “시계 호르몬”이라는 점입니다.
둘의 관계: 한 줄기 빛이 만든 낮·밤 회로
- 경로: 빛 → ipRGC → SCN(마스터 시계) → 자율신경·내분비 → 세로토닌↑(낮) / 멜라토닌↑(밤)
- 전환: 세로토닌은 밤에 멜라토닌 합성의 재료가 됩니다. 낮의 활동·빛 부족은 곧 밤의 멜라토닌 가난으로 이어집니다.
- 계절성: 일조가 짧아지면 세로토닌 톤이 낮아지고, 수면-기분 리듬이 흐트러지는 계절 정서성 변화가 커집니다. 그래서 겨울 아침의 **광치료(수천~수만 럭스)**가 도움이 되기도 하죠.
과학에 근거한 ‘빛 루틴’ 가이드
- 아침 1시간 안에 밝은 빛 20–30분
실내면 창가, 실외면 산책. 파란 하늘빛은 SCN을 강하게 리셋합니다. - 정오 전 가벼운 활동
근육 사용은 세로토닌·도파민 회로를 깨워 낮의 각성을 단단히. - 해질녘 이후 조도·색온도 낮추기
따뜻한 조명, 화면 ‘야간 모드’, 잠들기 1–2시간 전 스크린 오프로 멜라토닌 보존. - 수면 고정시간 유지 + 체온 곡선 이용
잠들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샤워→ 말초 혈류↑ → 심부 체온↓ → 수면 개시 촉진. - 영양과 장-뇌 축
규칙적 식사, 단백질·트립토판(달걀, 콩, 우유 등) 균형. 카페인은 오후 초반 이전에. - 빛의 ‘오염’ 관리
침실은 어둡게, 필요 시 암막·수면안대. 밤중 화장실은 간접등만.
흔한 오해, 짚고 가기
- “멜라토닌=수면제” ⟶ X. 시계 조정자에 가깝습니다. 장복 전에는 전문가와 상의가 안전합니다.
- “낮잠은 안 좋다” ⟶ 20분 이내의 초단기 낮잠은 세로토닌 회복과 인지 성능에 도움. 다만 늦은 오후는 피하세요.
- “실내 조명도 충분” ⟶ 보통 실내는 수백 럭스, 맑은 실외는 수천~수만 럭스. 강도 차가 큽니다.
감성의 언어로
세로토닌은 낮을 단단하게 묶는 실, 멜라토닌은 밤을 부드럽게 감싸는 천입니다. 커튼을 여는 작은 손짓, 조명을 낮추는 사소한 습관이 두 호르몬의 교대를 정돈하고, 마음의 결까지 고르게 다림질합니다. 하늘의 빛이 변하듯 우리의 리듬도 흔들리지만, 리듬은 다시 맞출 수 있습니다. 아침엔 빛을, 밤엔 어둠을—그 단순한 규칙이 몸과 마음을 제자리로 데려다 줍니다.
한눈에 정리
- 빛→SCN이 낮엔 세로토닌, 밤엔 멜라토닌 회로를 스위칭
- 아침 강한 빛은 각성·기분·밤 수면까지 선행 강화
- 저녁 청색광 차단·조도 하향은 수면 위상 보호
- 규칙적 시간·체온 조절·가벼운 운동·균형 식사가 리듬을 고정
오늘, 커튼을 조금 더 활짝 열어 보세요. 낮이 충실할수록 밤은 더 다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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